2년쯤 전 이맘때쯤에 우리 아파트 단지 65호에 살던 청년이 엘에이로 이사가면서
아주 좋은 퀄리티의 티비 스탠드와 여러가지 가구들을 공짜로 준다길래 냉큼 가서 가져왔다.
그 친구는 맘씨좋게도 자기 집에서 내 집까지 가구들을 옮기는 것을 밤중인데도 도와 주었고...

이번에 산호세의 아파트 살림을 정리하고 엘에이로 이사했는데,
그 티비스탠드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가구들은 무빙세일을 하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별로 좋지 않은 가구들은 모두 잘 팔렸는데
튼튼하고 좋은 퀄리티라 금방 팔릴 것이라 예상했던 그 티비스탠드는
이상하게도 이런저런 이유로 (헐값에도) 팔리질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파트를 비우기 바로 전 날, 할 수 없이 그 티비스탠드를
나에게서 물건들을 많이 사 간 같은 아파트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
밤중에 만나서 이 친구네 아파트로 그 티비스탠드를 옮겨 주었는데,
나오는 길에 뭔가 기분이 오싹하게 이상하면서 데쟈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바이' 하고 인사하며 그 친구 집 문을 닫는 순간 보이는 아파트 호수.
65호...

LA로 이사가는, 65호에 살던 사람에게서 공짜로 받은 티비스탠드는
LA로 이사가면서 다시 65호에 비슷한 계절에 비슷한 시간에 공짜로 돌아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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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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