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고 있는데, 레이져나 초전도 같은 분야는 노벨물리학상을 받기도 하고 의료영상은 노벨의학상을 받기도 하지만 불행히도 전기전자컴퓨터 분야 자체에는 노벨상이 없다. 내가 만일 저런 분야들을 제외한 전기전자컴퓨터 분야에서 노벨상 심사위원이라면 누구부터 상을 주자고 주장할 것인가? 나의 답은 무조건 Claude Shannon이다. (단, 그가 살아있었다면 말이다.)

그는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의 아버지이고 정보화시대의 아버지들 중 한 사람이다. 정보통신, 신호처리, 컴퓨터 등의 전공자라면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1948년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 "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고 답을 제시함으로써 '정보이론'이라고 하는 학문분야가 만들어지게 된다.
  • information entropy: 정보의 양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어떤 신호(예를 들어, 텍스트,음향,영상 등)를 압축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 rate와 distortion: 연속된 값을 갖는 신호(예를 들어, 어떤 실수값이라도 될 수 있는 신호)를  유한한 자릿수로 나타내는 경우에 그 둘 사이의 오차의 최소값은 그 자릿수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 channel capacity: 신호를 보내는 송신자와 받는 수신자 사이('채널'이라고 부름)가 완전하지 않아서 가끔씩 신호가 잘못 전달된다면, 그 채널을 통해 보낼수 있는 정보의 최대양은 얼마인가?
이 세 가지 문제 모두 정보의 전달과 처리에 있어서 근본적인 물음들인데, 세가지 모두에 대한 문제제기와 해결을 단 한 사람이 명쾌하게 해 버렸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각 문제에 하나씩 통합 세 개의 노벨 전기전자컴퓨터상을 주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원래의 정보->부호화기->채널(잡음이 있는 채널)->복호화기->수신된 정보 로 구성된 그의 통신모델은 정보통신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에서도 꽤 많이 이용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에 버금가는 업적들이 더 있다는 것이다.
  • 그의 석사논문 "A Symbolic Analysis of Relay and Switching Circuits" (1937년)에서는 논리연산의 '거짓 또는 참', 이진수 '0 또는 1', 스위치회로의 '꺼짐 또는 켜짐' 의 동일성을 발견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논리연산을 하는 기계를 스위치 회로를 통해 구현할 것인가 하는 것을 보였다.
  • 벨랩에서 일하면서 발표한 "Data Smoothing and Prediction in Fire-Control Systems" (1945년)에서는 Fire -Control을 일종의 정보의 전달,조작,활용의 특별한 경우로 간주할수 있음을 보였다. 이로써 많은 문제들이 정보와 신호의 처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예시함으로써 '정보의 시대' (Information age)가 열리는 큰 계기가 된다.
  • Communication Theory of Secrecy Systems (1949년)에서는 암호학의 수학적인 기반을 닦았다.
  • Shannon's sampling theorem에서는 연속시간신호(continuous-time signal)를 그 샘플링된 discrete-time 신호에서 복원해 내기 위한 조건을 찾아내었다. 예를 들어, 내 목소리가 0~20000Hz 사이의 음파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만일 내 목소리를 1초에 20000*2=40000번을 샘플링한다면 이 샘플링된 음파로부터 내 원래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원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 "Programming a Computer for Playing Chess" (1950년)에서는 체스두는 컴퓨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였다.
  • 미로에서 길찾는 생쥐로보트 테세우스는 가장 최초의 인공지능 실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수학적인 답을 내놓았지만, 의외로 그의 연구관심은 유용성보다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했다는 평이 많으며, 그래서인지 생쥐로보트, 체스머신, 저글링(juggling)머신 등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한다. 그는 정보이론을 게임과 도박에도 응용하는 법을 연구해서, 주말이면 라스베가스에 자주 가서 도박으로 돈도 꽤 벌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2001년 2월에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내 지도교수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부고 기사와 간략한 바이오그래피를 오피스 문에 붙여 놓아 그에게 존경을 표했다.
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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