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와이브로’ 기술 미국으로 ‘전송’될 뻔 : 한겨레

포스데이터의 와이브로 기술 유출될 '뻔' 한 사건... 사실 몇달 전에 관련내용을 지인들로부터 들어서 대충 내용은 알고 있었고, 그 사람들의 입장이 편향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당연히 그 내용은 신문기사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하여간, 검찰의 기소내용과 기사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는 내가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기사를 읽다 보니 그 교묘한 수사법으로 부정적 이미지 덧칠하기에 점점 열받기 시작한다.

  1. 설계도면을 외부로 팔아먹거나 전직할때 가지고 나오거나 하면 불법이다. "정씨 등은 2006년 9월부터 포스데이타에서 와이브로 개발 기술을 분석한 ‘테크니컬 메모’와 휴대인터넷 기지국 성능에 관한 ‘기지국 채널카드’, 와이브로 장비 기술을 디자인한 설계문 등을 이메일 등을 이용해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실정법상 처벌이 불가피하다. 이건 오케이다.
  2. 하지만, 연구원이 회사를 옮기면서 자기 머리 속에 들어있는 지식은 경우가 다르다. 그 중에 어떤 부분이 이전회사 고유의 내용이고 어떤 부분이 일반적인 공학적 내용인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전회사 고유의 내용은 특허 등을 이용해서 보호하던가 해야지, 전직 자체를 원천봉쇄 또는 몇년간 제한(그동안은 뭐먹고 살라고?)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에도 어긋나고 연구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나중에 특허침해로 소송을 하던가 아니면 그사람이 그회사 고유의 기술을 써먹었다고 소송을 거는 방식으로 해결해야지, 미리 전직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3. 그러면 이런 반론을 하는 얼빠진 사람들이 있다. "이전회사 고유의 내용은 특허 등을 이용해서 보호하려 하면 이미 기술은 유출되고 늦는다. 그러니 아예 전직 자체를 한참동안 제한해야 한다."라고... 차라리, 죽은 사람은 되돌릴 수 없으니 살인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아마도 모든 사람이리라)은 모두 사회와 격리시켜라.
    혹시라도 그 사람들 말이 옳을수도 있다. (그래서, 그 처벌수위를 어느선까지 높이는 것에 별로 반대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파시스트의 논리 그대로이다. 어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일부 그룹의 인권과 자유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경제 발전을 위해서 너희 미싱공들은 하루에 18시간씩 바람도 안통하는 방 안에서 라면이나 끓여먹을 정도의 월급만 받고 열심히 일해라"는 유신독재 시절의 논리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4. 기사에 의하면 "정씨 등은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 등을 미끼로 포스데이타 핵심 연구인력 30여명을 스카우트해 ㅇ사에 취직시켜 와이브로 기술을 완성하게 한 뒤, ㅇ사를 미국 통신업체와 합병하는 수법으로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1800억원에 팔아 넘길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가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 등을 제시하여 포스데이타 핵심 연구인력 30여명을 스카우트하는 것은 완전한 합법적 활동이다. 여기에다가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 등을 미끼로"라고 '미끼'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합법적 전직과 보수마저 부정적인 의미로 왜곡시키고 있다. 거기다가 다른 회사와 인수합병하는 것도 합법이다. 이를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1800억원에 팔아 넘길 계획"이라고 '팔아넘길'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운다. 아마 연합통신이나 검찰 등에서 나온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나 본데, 김지은 기자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핵심 연구인력을 다른 회사가 제시한 좋은 보수 때문에 뺏기지 않으려면 그만큼 대우를 해 주면  그만이다.
  5. 이번 사건은 통상 말하는 '기술유출' 사건과는 좀 다른 경우다. 기술자료를 빼내서 다른 회사에 판 것이 아니다. 자기네들이 벤쳐회사를 차리는 것이지. 그 사람들이 기술자료를 빼내지 않고 그냥 벤쳐회사만 차렸다면 대기업에서 경력쌓다 나와서 자기회사 차리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다. 즉, 미국에 회사를 세우건 말건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되건 말건 이것은 범죄사실 자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별개의 사실을 단지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경제적 피해'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려는 목적으로 그럴듯하게 엮은 것 뿐이다.
    왜 회사를 한국이 아니라 하필 미국에 세우냐고? 그럼 우리나라 IT회사들은 왜 다 미국에 크건작건간에 R&D팀 또는 기술기획팀을 운영하는지 물어봐라. 기술에 자신이 있으면 큰 시장을 먹으려면 미국에 세우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다. 그렇게 국제적 마케팅 마인드가 없는 질문은 하지 마라.
  6. 그렇다면 반론이 "그렇담 벤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기술을 유출시키면 어떻게 하냐?"라는 것이 있을수 있겠다. 그렇다, 제도를 보완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보완된 제도라고 하는게 "대기업에 있다가 비슷한 업종의 회사를 창업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7. 월급쟁이들은 회사를 옮길때 당연히 동종업체 다른 말로 하면 경쟁업체로 옮기게 된다. 예를 들면, 내가 반도체 만들다가 제약회사로 옮길 일은 거의 없고, 내가 보험회사 직원하다가 은행으로 옮길지는 몰라도 조선소에 취직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연구원들더러 퇴직후 1년간 혹은 3년간은 경쟁업체로 옮기지 말라는 것은 그동안 굶거나 다른 생계수단이 없으면 직장 옮기지 말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술경쟁력이 어쩌고 기술유출방지가 저쩌고 하면서 당연히 전직을 제한해야 한다는 머리텅빈 네티즌들 보면 난 한국회사에서는 절대 일 안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8. 포스데이터 매출액은 1년에 약 3천억이다. 기사에 의하면 "정씨 등의 계획대로 와이브로 기술이 미국으로 유출됐을 때 포스데이타가 입을 피해는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고 검찰은 밝혔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계산법인지 궁금하다. 다른 모든 소위 '기술유출' 사건 기사들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모두가 순이익이 1년에 수십조씩 되는듯 하다. 국정원이나 검찰에서는 자기네들의 실적을 위해서, 회사측에서는 더 크게 얽어매기 위해서 숫자를 부풀리기 마련이다. 그걸 그대로 인용하는 기자들의 머리 속에는 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아니, 전혀 안 궁금하다. 기자들 99.9%는 그정도의 성의는 죽어도 없다는 거 다 안다.)
  9. 내 친구 하나도 최근에 국내 모 회사에서 외국회사로 옮기면서 거의 협박을 당했다 한다. 일단 소송이 걸리게 되면 이기고 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야 변호사 비용 좀 더 드는 것 뿐이지만, 소송당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인생이 걸린 문제다. 일단 그 전직 자체가 물건너가고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다른 국내회사로 옮기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진다. 연구원으로서의 인생은 종치는 거다. 한마디로 연구원들은 회사와는 비교가 안 되게 약자란 얘기다. 기사를 쓰려면 그렇쟎아도 약자인 사람들 생각도 해 가면서 좀 제대로 써라. 그것도 한겨레 기자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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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5/22 12:03pm PST 추가...

별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의 글을 보러 와 주시고 의견도 공유해 주신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원래 제 지인들에게 개인적인 넋두리하던 블로그였는데 새삼 블로깅의 위력을 느낍니다.

오늘도 연합뉴스 기사에 "한국에 고급두뇌가 없어진다"라는 기사가 났더군요.
정말 안 없어지면 이상한 것 아닌가 싶은데,
이러다가 해결책이랍시고 "유학생들은 졸업후 모두 귀국해서 3년간 국내에서 의무근무해야 한다"는 법률을 만들까 두렵습니다. ㅋㅋ.
이 글이 이번 와이브로 사건에 대한 글이라면,
전반적인 이공계 문제에 대한 생각은
제 블로그에 이공계... 더 나락으로 떨어져야 산다. 살까? 가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이번 글에 깔린 제 기본전제에 대해 궁금하시면 참고가 되실것 같습니다.


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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