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별곡

일상사횡설수설 2007. 9. 10. 12:01




  1. 이번 주말에 한 일은 한성별곡 8부작 한꺼번에 다 보기였다.
  2. 한성별곡은 '다모'와 여러가지로 비슷하다. 세 주인공. 남자 주인공 두 사람과 여자 주인공 한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 왕을 둘러싼 역모. 선과 악의 구별은 모호하고, 누구도 악의 편은 아니고, 모두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상황. 주인공들 모두 최선을 다해 보지만 결국은 운명의 희생양이 되고야 마는 결말...
  3. 스토리 면에서는 한성별곡이 다모보다 더 재미있었는데, 화면, 대사, 음악 등에서 감정으로 전해지는 울림이 다모만은 못했다. 세 주인공 배우들의 발음도 아주 배우 같은 발음은 아니고, 일반사람들의 발음에 좀 가깝고... 이런 것들이 꼭 한성별곡 제작진이 다모보다 능력이 떨어져서였다기보다는 좀 의도적인 면이 있는 듯 하다. 좀 덜 감성적인 대신 더 사실적인 느낌이고, 감정이입은 덜한대신 낯설음이 주는 생각 촉진 효과가 좀 더 있다. 브레히트의 서사극이론? ^^
  4. 영조,정조 시대에 대해서 좀 더 인터넷을 헤매 보았는데, 그 당시 핵심인물들 중에서 가장 닭짓을 한 사람을 하나만 고르라 한다면 혜경궁 홍씨(사도세자의 부인)이다. 남인의 편에 좀 더 가깝던 남편 사도세자를 몰아내려는 노론인 친정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암묵적으로건 적극적으로건 동조해 놓고서는, 그래도 자식은 자식이었던지 정조가 왕위에 오르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결국 정조는 즉위 이후 자신의 외할아버지를 비롯해서 외가쪽 식구들을 죽이거나 귀양보내고 혜경궁 홍씨는 그런 정조를 말리지 못한다. 결국 사도세자가 죽을때의 혜경궁 홍씨의 선택은 자신의 친정을 위해서도 옳은 선택이 아니었던 셈이다. 게다가 세자가 죄인으로 죽어버렸으니 세자비였던 자신도 끈떨어진 갓 신세였을 것이고, 정조는 사도세자 사건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크나큰 고난을 겼었으니 아들을 위한 선택도 아니었던 셈이다. 남편도, 아들도, 친정도, 본인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했으니 닭짓도 어지간히 닭짓을 해야지. 이왕 친정 편을 들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아들까지 제거해 버리던가.
  5. 정조가 죽고 나서 불과 5년 사이에 그의 개혁정책은 거의 모두가 사라져 버리고, 그 후 불과 100년 사이에 조선왕조는 쫄딱 망해서 일제시대를 겪게 된다. 나라의 흥망성쇄가 정말 순식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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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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