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 유무는 이성의 판단 영역이 아니다. 그냥 믿는 사람은 믿는 것이고 안 믿는 사람은 안 믿는 것이지. 단, 믿는 대상이 신이건 날다람쥐건 바밤바이건간에, 그 믿는 주체가 일단 사람인 이상, 믿는 행위는 사회적 현상이 된다. 즉 신은 신성할지 몰라도 종교는 인간세상의 영역이라는 말이다. 그런 뜻에서 God is divine, religion is human. 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신이 존재하고 (서양의 신들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그 신이 인간이 그를 믿기를 원한다면, 그 신은 절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이 충분히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다면 인간이 신을 믿을 이유가 없다. 그냥 자신들의 이성을 믿고 따르면 되지. 따라서, 신은 비이성적인 행위를 어쩔수 없이(?) 해야만 한다. 정의가 항상 승리해서는 아니되고 논리가 항상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서는 아니되고 착하게 산 사람들이 항상 복을 받아서는 아니된다. 가끔씩 터무니없는 부조리를 만들어 줘야만 그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예측능력을 뛰어넘는 신을 믿게 된다. 신애가 개신교를 믿으라는 권유를 진작에 받았지만 아들을 잃고 나서야 믿기 시작한 것을 상기해 보면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연약한 존재이고, 자신의 처지를 항상 합리화할 수 있는 가상적 존재를 상정하는 것은 정신적 아편의 역할을 훌륭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부조리는 거꾸로 인간의 신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인질범이 자신은 스스로 하나님으로부터 구원받았다고 얘기하자 신애가 충격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밀양'은 결국 '신'이 어쩔수없이 택할 수 밖에 없는 비이성적 행위 패턴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이다.


ps1.
따라서, 비이성적 행위 패턴을 가진 신을 과학이라는 이성적 도구를 통해 존재 증명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ps2.
밀양을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인 비유로 해석하는 시각(서프라이즈)도 아주 재미있다. 이감독의 정치역정을 살펴보면 의식적이었건 무의식적이었건 그랬을 가능성이 꽤 있다.

'일상사횡설수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왜 이 게임을 하려는 걸까...  (2) 2008.01.29
사자와의 포옹  (4) 2008.01.16
아놔. 그 참치 먹은 난 뭐냐고?  (7) 2007.10.24
야옹이 저녁 먹이다.  (4) 2007.10.12
한성별곡  (6) 2007.09.10
바베큐 파뤼~~~! 2  (4) 2007.08.29
개기월식과 블럿문  (4) 2007.08.28
Bose 잡음상쇄 헤드폰  (7) 2007.08.19
혁신적인 변명  (0) 2007.04.28
茶母 무지 뒷북 폐인  (4) 2006.08.30
Posted by Rainyvale
,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상단 좌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