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쯤 전에 모 프린터 회사에 다니는 사람과 얘기하다가 나눈 이야기인데...

이 사람이 박사과정 때 했던 연구주제가 칼라 양자화(color quantization)이다.
칼라 양자화가 무엇이냐면...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디스플레이 설정에 들어가면 "color quality"가 있고
거기에는 8비트, 16비트, 24비트, 32비트 이런 식으로 설정이 가능하다.
이 비트수는 어떤 픽셀의 칼라를 표현하기 위해서 RGB 를 몇자리 이진수로 나타내느냐 하는 것.
당연히도, 비트수가 작으면 작을수록 칼라 영상이 좀 거칠게 보일 것이고
비트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칼라 영상이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하게 보일 것이긴 하지만,
같은 비트수라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칼라를 더 생생하고 충실하게 나타낼 수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이 칼라 양자화라 하겠다.
(관심이 있으면 Color quantization - Wikipedia 참고)

그가 이 연구를 하던 시절은
EGA만 되어도 "칼라다!"라는 탄성을 받고
VGA는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생각되었고,
비디오램의 용량도 매우 제한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칼라 양자화는 매우 중요한 이슈였던 것이다.

세월은 흘러흘러...
비디오램의 용량도 커지고 디스플레이도 좋아지면서
칼라 양자화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었다.

다시 세월은 더 흘러흘러... 그와 내가 이 대화를 나눌 무렵에는
디지탈 카메라, 특히 카메라 폰이 등장하면서
비디오램의 용량은 제한되어 있는 응용분야들이 다시 등장하게 되면서
칼라 양자화는 다시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그래서, 당시 그 친구는 "요새 살 맛이 난다구" 라며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다. (요새는? ㅋㅋ)
한 가지라도 열심히 파서 제대로 해 놓으면 언젠가는 빛을 본다.

세상은 돌고 돈다.

90년대 중반, 내가 택한 석사 연구실은 컴퓨터 비젼과 영상통신을 하고 있었다.
이 둘 중 어느 쪽을 택할까 고민할 때
"컴퓨터 비젼은 이제 비젼이 없어"
라며 다들 영상통신을 권했고 나도 그것을 택했다.
시간은 흘러흘러... 요새는 인터넷사업과 보안산업 덕택에
다시 컴퓨터 비젼의 제2의 전성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은 돌고 돈다.

한물 간 듯 보였던 화학, 생물학, 의학이 요새 바이오로 떴고,
한물 간 듯 보였던 물리학, 화학이 요새 나노로 떴고,
한물 간 듯 보였던 물리학, 화학, 생물학이 이제 대체에너지로 뜰 것 같다.

우리 나라는 이 유행에 어찌나 민감한지,
나노 관련 전공한 친구 얘기에 의하면
최근 국내대학의 화학과 교수 신규 임용자 중 절대 다수가 나노화학,
그것도 대다수가 특히 중서부 대학 어느 특정 랩 출신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세상은 돌고 돈다.

부시가 8년을 집권하는 동안 그들과 수구꼴통의 정체성을 공유해온 딴나라파에서는
이제 민주당 인맥, 특히 오바마 인맥을 찾아내느라 고민이라 한다.
(항간에는 만수 형님이 오바마 인맥이라 한다. ㅋㅋ)

세상은 돌고 돌지만...

유행에 온 나라를 한번씩 뒤집어 엎고 그 유행에 순응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인 듯 취급하는
우리나라의 세태는 변하지가 않는다.


Posted by Rainyvale
,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상단 좌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