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낙 소심해서 컴퓨터 파일 하나를 지워도 혹시 엉뚱한 파일을 지우는 것이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그래서인지 사형 집행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판단 이전에 극도의 거부감이 든다.
이코노미스트에 국가별 총 사형집행 수와 국가별 1백만명당 사형집행 수 그래프가 실렸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이 넘는 동안 사형집행을 안 해서 "실질적 사형폐지국가"이다.
사형 집행 한 건도 안 한 것만 해도 가치가 있다고 나는 대답했었던 기억이 난다.
공권력 확립이 역사적 정당성 없이 공포를 조성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2MB 꼴통은
사형집행 재개 역시 공권력 확립과 법질서 수호의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한다.
강호순 사건을 핑계로 사형집행을 재개하고 세상 분위기를 좀 무섭게 몰아가 보려 하는 눈치인데,
사형이 살인범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학계의 의견도 있다.
(우리는 사형집행의 재개를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전국 형사법교수 132명 일동 참고)
"흉악범들이 죄를 뉘우치기보다 공공연히 사형집행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 집행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있다"라는 지적도 있다는데
(Welcome to Chetland :: 9년만의 사형 집행?… 논란 확산 )
반대로 생각해 보면 사형 집행이 사형수들에게 오히려 더 선호되는 형벌이라는 이야기이니
사형의 범죄 억지력에 대한 반례처럼 이용될 수도 있겠다.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사형집행 재개 여론이 더 높다고 하는데,
검찰이나 경찰이나 그 태생과 조직과 업무와 인적구성상 그들은 그런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사형제처럼 사회적 가치가 개입되는 경우에는 그들과 같은 기술관료들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이고
그들의 이런 성향은 검찰의 문민통제가 필요하다는 증거일 뿐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백번 양보해서 사형제의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2MB 같은 자가 법의 권위를 세운답시고 오버질하며 깝치는 한,
전두환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떵떵거리며 사는 한,
박정희 시절 사법살인을 했던 검사들과 판사들의 공개적 반성과 진실규명이 없는 한,
이 나라에서 사형 집행 개시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형집행이야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있다.
하지만, 사형집행하는 동안 빼앗았던 목숨들을 돌이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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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3 - 선진국, 후진국, 독재국가
2007/07/25 - 무사히 잘 해결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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