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하버드 교수 게이츠 씨가 자택에서 체포된 사건에 대해 보스턴경찰 - 오바마 간의 갈등에 대해 
뉴욕타임즈의 흑인 칼럼니스트CHARLES M. BLOW 가 쓴 칼럼이다.

칼럼의 원래 주제와는 좀 다른 얘기를 하자면...

Blow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빌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배경과 구체적 스토리는 다를지언정 
어찌보면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에서 거의 보편적이다시피 한 이야기 원형이라 할 수 있겠다.

Blow가 대학 신입생일 때 (흑인)친구와 함께 차를 몰고 백인 동네를 지나가다가
경찰이 차를 세우고 검문하면서 부당한 의심과 대우를 받았다.
Blow는 어렸을 때부터 경찰을 조심해야 한다고 배웠고 
이번에도 친구 아버지로부터 그저 이 일을 떨치고 잊어버리라 (drop it)는 충고를 들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Blow는 자신이 애가 생긴다면 이 순환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2년쯤 전에 자신의 애들도 타고 있던 차에서 
경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 
자신의 애들에게도 현실적인 충고를 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순환고리를 끊겠다'는 다짐은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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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가 다 그렇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정도는 매우 제한되어 있고,
자신이나 자신의 자식들의 인생은 각각이 모두 전 우주만큼의 가치를 가질 정도로 소중한 것이다.

학벌주의의 폐해를 뿌리뽑겠다고 다짐하더라도
현실 속에서는 애들이 적당한(?) 레벨의 학벌을 갖추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유도해 줄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지역차별의 폐해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실 속에서는 애들이 전라도 출신이라는 표딱지보다는 
차라리 미국 출신이라는 표딱지가 더 나을 거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할 것이고...

이런 것들을 한큐에 바꿔보고 싶으면 정치/사회구조의 정점에 올라서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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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과 신호처리에 빗대서 얘기하자면...
현실은 Markov random field (MRF)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첫째, 각 사람(node)의 행위는 오직 주변(neighbor)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전체 시스템에 미친다.
둘째, 따라서 대부분의 MRF 최적화 기법들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의 변화는 매우 더디며 
          때로는 불합리한 측면이 유지/고착화되는 상황 (local minima)에 빠진다.
셋째, 그런 상황을 타개하고 싶으면 예를 들어, 혁명이나 선거 등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여  
          격자 구조를 한꺼번에 컨트롤하는 방법 (multiresolution)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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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씩 떠오르는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미국에 온지 겨우 두어달 지났을 때 시카고에 차를 몰고 갔다가
밤에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흑인 부부와 아이 하나를 보았다.
지나가는 차를 세우려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밤길인데다가 처음 간 곳인데다가 미국에서 처음 나들이인데다가
시카고 남쪽 지역에서는 흑인들을 조심해야 한다 해서 
솔직히 겁이 나서 그냥 지나쳤다. 
지금도 그것이 마음에 걸려 가끔씩 꿈에 나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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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009.8.14 3:14PM PST

관련포스팅:  게이츠 하바드 교수의 Crash - Skynet - 오돌또기님








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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