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appy Together"가 동성애 소재라는 이유로 공윤에서 수입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검열 자체는 무척 이상한 제도임에 틀림없지만, 며칠전 "래리플린트"를 보고서 마음이 심란해졌다.
2. 올리버 스톤과 밀로스 포먼, 이 무게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포르노 자체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포르노도 만들 자유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 영화를 내놓았다. 극중에서 래리플린트는 "나는 쓰레기다. 내 자유가 보호받으면 당신들의 자유도 보호받을 것이다."고 말하며, 그의 유능한 (미국변호사로서 유능한) 변호사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어 보이는 자유부터 하나둘씩 보호받지 못하면, 우리의 자유는 심각한 침해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나는 이 지당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암... 동감하고 말고...
3. 하지만, 무척 아니꼽다. 래리플린트는 연행되어 가면서 "나는 출판인이야" 라고 외친다. 세상에나... 그가 출판인이라고 인식할 때가 이 때 외에 또 언제가 있었을까? 그는 돈을 위해 '허슬러'를 창간했고 정말 인간쓰레기처럼 생활을 한다. "나는 돈이 있어. 사법권에 도전할 재력이 있단 말야."라며 자신의 유명세와 재력에 흐뭇해 한다. 항상 출판인이라는 자기인식보다는 사업가로서의 돈버는 직분에 충실했던 그가, 당당하게도(!) "나는 출판인이야"를 외치고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자유를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밑바닥에는, 미국식 자유주의 - 자유를 독립적 개인의 자유로 한정시키는 자유주의 - 가 깔려 있다. 이런 쓰레기 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진정한 자유주의를 꿈꾸어 볼 수 있을까?
4. 이야기가 돌다 보니, 저런 쓰레기 자유주의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으로 돌아갈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2.에서 밝혔다시피 모든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좀 다른 각도의 얘기를 하자면, 얼마전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여성 단체들이 포르노 금지법안을 만들자고 주장하여 입법화된 주도 몇 있다고 한다. 그들은 "표현의 자유는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소통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보호받아야 할 가치이다. 포르노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해를 입히며 사회적 소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포르노는 그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얘기다. 단, 이 논리를 따를 경우, 항상 통제를 강화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권력'을 어떻게 다스려 나갈 것인가가 이슈가 될 것이다.
5. "래리 플린트"는 무척 감동적인 영화다. 래리플린트가 그의 아내 알시아를 위하는 (알시아 역시 플린트를 무척 사랑한다.) 모습들은 정말 눈물겹다. 아내가 AIDS로 세상을떠란 후, 전에 소송을 벌였던 보수주의,도덕주의적 교단의 목사가 TV설교에서 "AIDS는 역병이며, 죄악의 결과"라는 설교를 하자, 그는 격분하여 대법원에 상고할 것을 결심한다.
여기서 나는 약간의 혼란을 겪는다. 보수주의,도덕주의와 투쟁하는 래리플린트가 그 쓰레기 같은 인생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워 보이게 만드는 기제는 바로 그와 그의 아내와의 일편단심(!) 사랑에 있다. 그와 아내가 그들의 젊은 시절처럼, 그들의 생각처럼 살았다면, 바람을 피우면서 살았다면, 그 영화는 감동은 고사하고 '인간말종을 보여주면서 도덕적 교훈을 남겨주는 영화'로 전락했을 것이다. 미국사회의 엄숙주의,도덕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 감동은 미국사회 고유의 가족중시 이데올로기에서 오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나...
6. 얼마전부터 인터넷에는 Blue-Ribbon Campaign이 벌어지고 있다. cyber space에서의 검열에 반대하는 뜻으로 홈페이지에 파란 리본을 내거는 것인데, 자유주의적,사회주의적 사회단체들과 포르노회사들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두 세력들은 과연 같은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것일까?
여담 삼아 한 가지 더. cyber space의 음란물 등의 검열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blue-ribbon이 큰 호응을 받자, 그에 대응하여 red-ribbon campaign을 벌인다고 한다. 이데올로기가 비교적 붉은 사람들은 blue-ribbon을, 공화당처럼 이데올로기가 비교적 푸른 사람들은 red-ribbon을 내걸다니... 참 재밌는 가십거리다. 하하...
1997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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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97년 여름에 동숭아트홀에서 래리플린트를 보고 나서 쓴 글입니다. 음반에 대한 검열철폐 운동, 인터넷에서의 블루리본 운동 같은 이슈들이 있던 시절이라, 이런 글을 썼던것 같네요. 2001/01/14
[진짜후기] 옛 홈피 백업에서 글 하나 옮겨왔습니다. 2006/3/7
2. 올리버 스톤과 밀로스 포먼, 이 무게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포르노 자체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포르노도 만들 자유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 영화를 내놓았다. 극중에서 래리플린트는 "나는 쓰레기다. 내 자유가 보호받으면 당신들의 자유도 보호받을 것이다."고 말하며, 그의 유능한 (미국변호사로서 유능한) 변호사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어 보이는 자유부터 하나둘씩 보호받지 못하면, 우리의 자유는 심각한 침해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나는 이 지당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암... 동감하고 말고...
3. 하지만, 무척 아니꼽다. 래리플린트는 연행되어 가면서 "나는 출판인이야" 라고 외친다. 세상에나... 그가 출판인이라고 인식할 때가 이 때 외에 또 언제가 있었을까? 그는 돈을 위해 '허슬러'를 창간했고 정말 인간쓰레기처럼 생활을 한다. "나는 돈이 있어. 사법권에 도전할 재력이 있단 말야."라며 자신의 유명세와 재력에 흐뭇해 한다. 항상 출판인이라는 자기인식보다는 사업가로서의 돈버는 직분에 충실했던 그가, 당당하게도(!) "나는 출판인이야"를 외치고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자유를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밑바닥에는, 미국식 자유주의 - 자유를 독립적 개인의 자유로 한정시키는 자유주의 - 가 깔려 있다. 이런 쓰레기 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진정한 자유주의를 꿈꾸어 볼 수 있을까?
4. 이야기가 돌다 보니, 저런 쓰레기 자유주의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으로 돌아갈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2.에서 밝혔다시피 모든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좀 다른 각도의 얘기를 하자면, 얼마전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여성 단체들이 포르노 금지법안을 만들자고 주장하여 입법화된 주도 몇 있다고 한다. 그들은 "표현의 자유는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소통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보호받아야 할 가치이다. 포르노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해를 입히며 사회적 소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포르노는 그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얘기다. 단, 이 논리를 따를 경우, 항상 통제를 강화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권력'을 어떻게 다스려 나갈 것인가가 이슈가 될 것이다.
5. "래리 플린트"는 무척 감동적인 영화다. 래리플린트가 그의 아내 알시아를 위하는 (알시아 역시 플린트를 무척 사랑한다.) 모습들은 정말 눈물겹다. 아내가 AIDS로 세상을떠란 후, 전에 소송을 벌였던 보수주의,도덕주의적 교단의 목사가 TV설교에서 "AIDS는 역병이며, 죄악의 결과"라는 설교를 하자, 그는 격분하여 대법원에 상고할 것을 결심한다.
여기서 나는 약간의 혼란을 겪는다. 보수주의,도덕주의와 투쟁하는 래리플린트가 그 쓰레기 같은 인생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워 보이게 만드는 기제는 바로 그와 그의 아내와의 일편단심(!) 사랑에 있다. 그와 아내가 그들의 젊은 시절처럼, 그들의 생각처럼 살았다면, 바람을 피우면서 살았다면, 그 영화는 감동은 고사하고 '인간말종을 보여주면서 도덕적 교훈을 남겨주는 영화'로 전락했을 것이다. 미국사회의 엄숙주의,도덕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 감동은 미국사회 고유의 가족중시 이데올로기에서 오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나...
6. 얼마전부터 인터넷에는 Blue-Ribbon Campaign이 벌어지고 있다. cyber space에서의 검열에 반대하는 뜻으로 홈페이지에 파란 리본을 내거는 것인데, 자유주의적,사회주의적 사회단체들과 포르노회사들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두 세력들은 과연 같은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것일까?
여담 삼아 한 가지 더. cyber space의 음란물 등의 검열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blue-ribbon이 큰 호응을 받자, 그에 대응하여 red-ribbon campaign을 벌인다고 한다. 이데올로기가 비교적 붉은 사람들은 blue-ribbon을, 공화당처럼 이데올로기가 비교적 푸른 사람들은 red-ribbon을 내걸다니... 참 재밌는 가십거리다. 하하...
1997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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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97년 여름에 동숭아트홀에서 래리플린트를 보고 나서 쓴 글입니다. 음반에 대한 검열철폐 운동, 인터넷에서의 블루리본 운동 같은 이슈들이 있던 시절이라, 이런 글을 썼던것 같네요. 2001/01/14
[진짜후기] 옛 홈피 백업에서 글 하나 옮겨왔습니다. 20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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